희랍어 시간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열일곱 살 겨울, 여자는 어떤 원인이나 전조 없이 말을 잃는다. 말을 잃고 살던 그녀의 입을 다시 움직이게 한 건 낯선 외국어였던 한 개의 불어 단어였다. 시간이 흘러, 이혼을 하고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고 다시 말을 잃어버린 여자는 죽은 언어가 된 희랍어를 선택한다. 그곳에서 만난 희랍어 강사
- 저자
- 한강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11.11.10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은 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과 그들의 내면의 상실, 고통,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다룬 작품입니다.
주요 내용:
- 두 주인공의 상실:
- 여자: 어린 시절부터 언어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지녔지만, 어떤 원인으로 인해 말을 잃게 됩니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말을 통해 퍼져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며 침묵 속에 갇혀 살아갑니다.
- 남자: 유전병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독일 이민자로서의 삶 속에서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외로움과 고통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는 희랍어 강사로 활동하며 이 고대 언어에서 일종의 안식처를 찾습니다.
- 희랍어 수업에서의 만남: 말을 잃은 여자는 잃어버린 언어를 되찾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방편으로 남자의 희랍어 수업을 듣게 됩니다. 시력을 잃어가는 강사와 말을 잃은 수강생이라는 역설적인 관계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묘하게 이끌립니다.
- 침묵과 빛, 그리고 소통:
- 침묵의 언어: 여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 대신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거나, 표정, 미세한 기척 등으로 소통을 시도합니다. 남자는 시력을 잃어가면서 오히려 외부 세계의 소리와 촉각, 그리고 내면의 감각에 더욱 예민해집니다.
- 감각의 전이와 교감: 두 사람은 각자의 상실된 감각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보이는 것과 말해지는 것의 한계를 넘어, 침묵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연약한 부분들을 공유하며 교감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언어적 소통을 넘어선, 더 근원적이고 깊은 차원의 소통을 의미합니다.
- '칼'과 '연한 살갗': 소설은 보르헤스의 묘비명에서 인용한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라는 구절로 시작하며, 인간 사이의 거리감과 단절을 상징하는 '칼'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두 주인공은 서로의 '연한 살갗'(손바닥)을 통해 가장 깊은 연대를 이루며 서로의 고통을 덧대어줍니다.
- 주요 상징과 주제:
- 희랍어: 이미 사라진 고대 언어인 희랍어는 두 주인공에게 '최후의 방편'이자 상실된 것(언어, 시력)을 되찾거나 삶을 지속하기 위한 도구로 작용합니다. 또한 희랍어의 '중간태' 문법은 능동과 수동의 경계를 넘어, 행위자가 동시에 행위의 영향을 받는 역설적인 존재 방식을 상징하며, 이는 두 인물의 관계에도 반영됩니다.
- 상실과 회복: 소설은 단순히 고통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상실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지 탐구합니다.
- 존재론적 질문: '우리가 이 덧없고 폭력적인 세상을 계속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가? 우리가 계속 살아가야 한다면 어떤 지점에서 그것이 가능한가?'라는 작가의 질문처럼, 소설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통과 생의 의미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 연대와 치유: 각자의 고독과 아픔 속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이 희랍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에게 다가가고,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위로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온전한 이해는 불가능할지라도, 인간은 타자와의 연대를 통해 불완전한 존재를 회복하고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합니다.
결론적으로, '희랍어 시간'은 상실된 감각과 언어의 한계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내면의 고통을 극복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지 섬세하고 시적인 문체로 그려낸 한강 작가 특유의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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